“살려내라, 우리 종범이 살려내라…”
서른 두 살의 노동자가 지난 10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.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일 하던 서른 두 살의 청년. 다음 달 첫돌을 맞는 예쁜 딸이 있는 아빠. 한 가정의 가장, 최종범입니다. 종범씨는 살고 싶었습니다.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. 그래서 노동조합에 가입했고, 전태일을 배웠습니다. ‘전태일’을 배우던 날 종범 씨는 마지막까지 강의실을 떠나지 않고 있다가 문을 나서는 강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. “열심히 하면, 바꿀 수 있는거죠?”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고 종범씨는 동료들과 입사 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. “사는 것이,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네요”라고, 종범씨는 그렇게 말 했습니다. 삼성의 이름으로 일개미처럼 일했고 개처럼 살았다고,
그의 둘째형은 종범씨를 그렇게 기억 합니다. 밤낮없이 일했지만 종범씨는 차량유지비, 통신비, 자재비 등 작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들을 직접 부담했습니다. 종범 씨가 죽던 날 삼성은 종범씨가 한 달에 410만원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. 그의 동료들은 종범씨가 하루 12시간 이상 일 하고 그 중 150만원 이상이 유지비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삼성이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. 에어컨이 고장 날 일 없는 겨울철에는 빚내서 사는 것이 종범 씨 같은 삼성서비스센터 ‘협력업체’직원의 삶이라는 것도,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종범 씨를 표적감사 대상으로 찍어서 감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. 종범씨의 둘째형은 이렇게 말합니다.
“동생은 자신의 죽음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. 살았을 때 지켜주지 못한 동생입니다. 죽으며 남긴 마지막 바람이라도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. 동생의 유언이 이뤄지려면 삼성이 노조를 인정해줘야 합니다. 노조 없이 동생의 유언은 이뤄지지 않습니다. 삼성은 동생의 주검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…”